달까지 가자 / 장류진
#103-105쪽- 나는 스쳐지나가는 사람들의 대화를 하나하나 캐치해서 추측하고 재배열하고 그 아래에 내 자리를 만들었다. 일부러 그러려고 한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그랬다. 잡담 속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정보들. 어느 동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는지, 출퇴근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주말에 무슨 일을 했는지, 명절에 어디에 가는지, 부모님이 어떤 사람인지 같은 것들. 강남 주민, 유학파, 교수 딸, 의사 아들. 그런 걸 알고 난 후에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속에서 무언가 이상하게 작아졌다. 부러움, 질투, 이런 상투적이고 민망한 이름들이 붙기도 전에 정말로 오장육부가 물리적으로 수축되는 느낌이 들었다. 알게 된 즉시 쪼그라들었다. 당연히 이런 스스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건 제어할 수..